挺菴公 諱秀均 墓表銘(정암공 휘수균 묘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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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공묘표
나와 김가인은 동갑이며 한 마을에 살면서 같은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열 네살에 함께 간제선생의 제자가 되어 소행제의 여러분 뒤에 따르면서 제일의 사업을 하고자 했다. 가인은 재주가 민첩하고 성품이 활달하여 부지런히 공부하여 날로 고명한데, 나아가 늘 정밀하고 심오한 의론으로 동문의 장덕에게 질정하니 모두가 다 원대한 짐을 질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신소남장(남진영)이 특히 애지중지하여 나 같은 둔열은 열 수레가 있어도 따라갈 수 없었으니 이것이 초년의 학문하는 큰 뜻이었다. 가인은 일을 주관하여 처리하는 능력이 있어서 문호의 쇠타함을 일으키려고 시종 마음을 써서 국내 여러 어진 이를 찾아 뵙고 선대의 덕을 천양하였으며 당세에 교제가 넓어 청탁에 구애됨이 없고 조금은 세로에 젖어 예한에 맞지 않았으나, 만년에 깊이 튀우쳐 반성하고 늙으막에 노력하여 지난 허물을 보완하려 하던 차에 불행히 병을 얻은지 몇해만에 세상을 떠나니 이에 나이 육십이 되던 정미(1967년)8월 1일로 묘는 울진 북쪽 소곡 건좌이다. 그 휘는 수균이요 자는 가인이며 자호를 정암이라 하니 약간의 초고가 집에 간직되어 있다. 영양김씨는 신라 영의공 휘 충이 시조가 되고 이조에 와서 박사를 지낸 휘 극행 호 옥봉은 청백리에 선발되었고, 감사를 지낸 휘 학옹은 치적이 있으며, 휘 만주 호 퇴휴는 9대조이다. 휘 광수와 기복과 순덕이 있는 휘 호근 호 양주는 조상이요, 고는 휘 형규 호 만운으로 국치 후에 몸을 잘 지켰으며, 유고가 있는데 가인이 인출하려다가 이루지 못하였다. 비는 신안주병린의 딸로 현행이 있었고, 배는 담양전씨 형석의 딸이니 수금동 정봉하 자좌 오향에 별장하였다. 아들은 일순 일면 일호 일열이요, 딸은 이원섭이며, 손자에 유택 준택은 장출이요, 인택 영택은 차출이다. 오호라! 세상이 번복되어 평일 친구들이 모여 마음을 털어 놓고 대화할 날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 차례로 세상을 뜨니 더욱 외로운 몸이 되어 배가 대양에서 키를 잃은 것같은 느낌이다. 어느 날 일순이 나에게 그 아버지 묘비에 새길 글을 요청하니 정의에 차마 거절하지 못하나 무슨 말로서 서로 친하던 정에 부응하려 하겠는가. 대개를 간략하게 써서 가인의 대기가 뜻을 펴지 못함은 실상 운명으로서 하나의 슬픔이 되었음을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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